베트남 바람이 싱가포르 전등을 켠다 - 동남아 전력망 통합의 서막
2025년 5월 26일 공동개발협약·2034년 완공·2,000메가와트·해저 케이블 약 700킬로미터·말레이시아 700메가와트·싱가포르 1,300메가와트
베트남 해안선에서 거세게 부는 바람이 해저 케이블을 타고 말레이시아를 거쳐 싱가포르 가정에 전기를 공급하는 날이 오고 있다. 2025년 5월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 현장에서 베트남·말레이시아·싱가포르 에너지 기업들이 역사적인 공동개발협약에 서명했다. VMS(Vietnam-Malaysia-Singapore) 재생에너지 수출 프로젝트다. 베트남의 해상 풍력으로 만든 전기를 해저 케이블로 말레이시아에 연결하고 말레이시아 국가 전력망을 통해 싱가포르까지 전달하는 3국 연계 에너지 시스템이다. 2034년 완공 목표로 2,000메가와트를 생산해 말레이시아에 700메가와트·싱가포르에 1,300메가와트를 공급한다. 동남아 전력망 통합의 시작이다.
① 왜 이 프로젝트가 필요한가 - 세 나라의 각기 다른 필요
베트남·말레이시아·싱가포르가 손을 잡은 데는 각자의 계산이 있다. 먼저 베트남이다. 베트남 해안선은 3,260킬로미터다. 특히 남중부(닌투언·빈투언·빈딘) 해역은 연평균 풍속이 높아 세계에서 해상 풍력 잠재력이 가장 풍부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이 전력을 모두 국내에서 소화하기 어렵다. 수출 시장이 필요하다. VMS 프로젝트는 베트남에 안정적인 전력 수출 수요를 만들어준다. 레민흥 총리가 VMS 프로젝트를 "아세안 전력망 실현에 기여하는 상징적 사업"이라고 직접 지지했다.
말레이시아는 전력 환승 허브가 된다. 베트남에서 들어온 전력이 말레이시아 반도 국가 전력망을 통해 흘러가면서 켈란탄·트렝가누·파항·느그리슴빌란·조호르 등 내륙 주들이 더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700메가와트를 국내에서 쓰고 1,300메가와트를 싱가포르에 판매하는 구조다. 말레이시아가 동남아 청정에너지 허브로 올라서는 발판이기도 하다. 싱가포르는 에너지 안보가 절박하다. 국토가 작고 자체 재생에너지 생산이 극히 제한적이다. 싱가포르 에너지시장청(EMA)이 2035년까지 해외에서 6기가와트의 청정 전력을 수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VMS에서 들어오는 1,300메가와트는 그 6기가와트 달성의 핵심 축이다.
② 프로젝트 구조 - 누가 어떤 역할을 하는가
VMS 프로젝트는 두 개의 컨소시엄이 협력하는 구조다. 말레이시아 컨소시엄(MY Energy Consortium)은 페트로나스의 재생에너지 자회사 젠타리(Gentari)와 국가 전력 공기업 테나가나시오날(TNB)로 구성된다. 베트남 측은 페트로비엣남 계열 해양 엔지니어링 기업 PTSC가 대표한다. 싱가포르에서는 셈코프인더스트리가 파트너다. 셈코프는 이미 2023년 PTSC와 의향서를 체결하고 2033년부터 베트남에서 1.2기가와트 재생에너지를 수입하기로 했다. VMS 프로젝트는 이 의향서를 발전시켜 3국 공동개발협약으로 확대한 것이다. 해저 케이블은 TNB와 페트로나스가 함께 건설한다. 케이블 비용 분담 방식은 아직 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확정 중이다.
10월 11일 싱가포르에서 페트로비엣남 최고경영자 레마잉쿠옹이 TNB·페트로나스·셈코프 대표들과 만나 VMS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단계별 이행 마일스톤을 확정했다. 같은 날 페트로비엣남은 덴마크 화학·에너지 기업 톱소에(Topsoe)와도 정제·석유화학·그린수소·그린암모니아·지속가능 항공유·재생 디젤 분야 기술 협력을 논의했다. 코펜하겐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CIP)와 페트로비엣남도 남중부 지역에서 약 1,000메가와트 규모 해상 풍력 프로젝트 협약을 맺었다. VMS 프로젝트와 별도로 베트남 해상 풍력 투자가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③ 기술적 과제 - 해저 700킬로미터·육상 782킬로미터의 벽
VMS 프로젝트가 넘어야 할 기술적 산이 있다. 첫째, 해저 케이블이다. 베트남에서 말레이시아 반도 북동쪽 해안(켈란탄 상륙 예정)까지 약 700킬로미터 해저 케이블을 새로 깔아야 한다. 동남아시아에서 이 규모의 해저 전력 케이블 건설은 전례가 없다. 리세사리(Reccessary) 분석에 따르면 이 노선은 태국·캄보디아를 거치는 육상 경로보다 약 1,000킬로미터 짧다. 둘째, 말레이시아 육상 전력망이다. 켈란탄 상륙 지점에서 조호르까지 약 782킬로미터를 말레이시아 국가 전력망이 운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말레이시아 국내 송전망 업그레이드가 이미 시작됐다. 셋째, 비용 분담이다. 해저 케이블 건설 비용이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베트남·말레이시아·싱가포르 세 나라 중 누가 얼마를 부담하는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④ 아세안 전력망의 시작 - 이 프로젝트가 갖는 지역적 의미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은 오랫동안 회원국 간 전력망 연계를 추진해왔다. "아세안 전력망(ASEAN Power Grid·APG)"이 그것이다. 그러나 수십 년간 구상으로만 머물렀다. VMS 프로젝트가 이 구상을 처음으로 현실화하는 시도다. 컨소시엄이 아세안 전력망 우선 인프라 프로젝트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아세안 기구에 제출했다. 이 지정이 이루어지면 각국 정부 승인과 금융 조달이 훨씬 빨라진다. 2025년 아세안 에너지 장관 회의(AMEM) 공동성명도 해저 케이블을 아세안 전력망의 핵심 구성 요소로 명시하고 해저 전력 케이블 개발 프레임워크 완성을 촉구했다.
한국 기업들에게 어떤 기회가 있는가. 해저 케이블 제조·설치·운영 분야에서 LS마린솔루션·한국전력기술 같은 기업들의 참여 가능성이 있다. 해상 풍력 하부 구조물(자켓·모노파일)·설치선·해저 케이블 접속 장비에서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LS전선이 납품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베트남 해상 풍력이 본격화되면 한국 해양 플랜트·해상 풍력 공급망 기업들에게 가장 가까운 시장이 된다.
★ 편집부 평가
베트남 바람이 싱가포르 전등을 켜는 날이 2034년으로 설정됐다. 해저 700킬로미터·육상 782킬로미터·2,000메가와트·3국 컨소시엄이라는 조건이 쉽지 않다. 그러나 세 나라 모두에게 필요한 프로젝트라는 것이 VMS의 가장 큰 강점이다. 베트남은 수출 시장이 필요하고 말레이시아는 에너지 허브 지위가 필요하며 싱가포르는 청정 전력 수입원이 필요하다. 필요가 일치하는 프로젝트는 결국 현실이 된다. 동남아 전력망 통합의 첫 번째 진짜 실험이 지금 시작됐다
출처: SoutheastAsiaInfra "Petrovietnam advances VMS Project Oct 11 Singapore meeting Petronas TNB Sembcorp milestones PTSC surveys" (2026.10.21) · Rigzone/VietnamPlus "Petronas Petrovietnam Strategic Alliance Agreement LNG first cargo Apr 2025 VMS tripartite Malaysia transit hub Singapore demand center" (2026.10.21) · bne IntelliNews "Malaysia Vietnam 2,000MW 2034: 700MW domestic 1,300MW Singapore Fadillah Yusof Parliament Bernama" (2026.10.23) · MalayMail/Rigzone "VMS JDA signed ASEAN Summit KL May 26 2025 MY Energy Consortium PTSC Sembcorp subsea Peninsular Malaysia National Grid" (2025.05.26) · Reccessary "Vietnam Malaysia Singapore 2,000MW 2034 700km subsea 782km overland" (2026.02) · VietnamPlus/VOV "PM Le Minh Hung backs PETRONAS VMS symbol of regional energy connectivity ASEAN Power Grid" (2026.10.14) · MekongMemo Vietnam "Copenhagen Infrastructure Partners Petrovietnam ~1,000MW offshore wind South Central region" (2026.10.22) · Singapore EMA "6GW low-carbon electricity imports by 2035" conditional approva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