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시 암 전문 병원의 선형가속기(방사선 치료기)가 매일 새벽 4시에 가동을 시작해 다음 날 새벽 2시에야 멈춘다. 22시간을 쉬지 않고 돌아간다. 그래도 환자가 넘친다. 이 한 장면이 베트남 암 치료 현장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준다. 10월 2일 호찌민시 보건국이 발표했다. 2026~2030년 5개 핵심 사업에 5조 동 이상(약 1억9,000만 달러·한화 약 2,587억 원)을 투자해 암 치료 과부하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단순한 병원 확장이 아니다. 동남아시아 최고 수준의 암 치료 허브가 되겠다는 선언이다.

①  베트남의 암 현실 - 매년 17만7,000명이 새로 진단받고 11만1,000명이 숨진다

국제암연구소(GLOBOCAN) 2022년 공식 팩트시트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매년 약 17만7,404명이 새로 암 진단을 받고 11만1,015명이 암으로 숨진다. 신규 환자 대비 사망률이 약 62.6%로 높은 수준이다. 남녀 합산 기준 5대 다발 암은 유방암(1위)·폐암(2위)·대장암(3위)·간암(4위)·위암(5위) 순이다. 남성만 보면 폐암이 압도적 1위다.

사망률이 높은 이유가 있다. 호찌민시 암 전문 병원 원장 디엡바오뚜안은 "환자의 50~80%가 3기 또는 4기에 병원을 찾는다"고 밝혔다. 증상이 나타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것이다. 조기 검진 인프라가 부족하고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학술지 미국임상종양학회 글로벌 온콜로지에 따르면 베트남 의료 시스템이 암 치료 수요의 30~40%밖에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에 방사선 치료기(선형가속기)가 2024년 10월 기준 82대뿐이다. 인구 100만 명당 0.82대다. 이 82대의 30%인 25대가 하노이·호찌민 두 도시에 몰려 있다.

 

②  호찌민시 암 전문 병원 - 연간 88만 명·선형가속기 22시간 가동

호찌민시 암 전문 병원은 베트남 남부 최대 3차 암 전문 병원이다. 40년 역사를 가진 이 병원에는 매년 88만 명이 넘는 환자가 찾아온다. 13대의 선형가속기를 보유하고 있어 전국에서 가장 많다. 그러나 이 13대가 매일 새벽 4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22시간을 쉬지 않고 돌아가야 할 만큼 환자가 넘친다. 하루 방사선 치료 환자만 1,250~1,500명이다. 현재 항암화학요법·표적 치료·면역 치료·양전자방출단층촬영·3테슬라 자기공명영상·차세대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양성자 치료기와 사이클로트론이 없다. 이것이 이번 투자의 핵심 과제다.

민간 병원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탐아잉 종합병원이 올해 초 메비온(MEVION) S250-FIT 양성자 치료기를 계약했다. 투자액이 2조 동(한화 약 1,035억 원·약 7,600만 달러)이다. 아시아에서 처음이고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이 최신 기종을 도입하는 것이다. 양성자 치료는 일반 방사선 치료보다 암세포에 더 정확하게 에너지를 집중해 주변 정상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는 최신 기술이다.

 

③  5대 핵심 투자 사업 - 2026~2030년 무엇을 짓는가

호찌민시 보건국이 발표한 5대 공공 투자 사업을 정리하면 이렇다. 총 투자 5조 동 이상(약 1억9,000만 달러·한화 약 2,587억 원)이며 모두 시 예산으로 충당한다.

첫째, 첨단 암 검진·건강검진 센터 건설이다. 조기 발견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50~80%가 3기 이후에 발견되는 구조를 바꾸는 것이 목표다. 둘째, 사이클로트론·선형가속기 도입이다. 총 투자 587억 동(한화 약 304억 원·약 2,200만 달러)이다. 사이클로트론은 양전자방출단층촬영 검사에 쓰이는 방사성 의약품을 직접 생산하는 장치다. 현재 베트남에서 이 방사성 의약품 공급이 크게 부족하다. 생산 능력이 생기면 호찌민시와 인근 지역 병원에 공급도 가능해진다. 셋째, 양성자 방사선 치료 센터 설립이다. 넷째, 부속 부지(2.7헥타르) 개발이다. 환자 지원 시설과 의료진 공간을 확충한다. 다섯째, 2캠퍼스의 방사선 치료기와 의료 장비 투자다.

이 5대 사업 외에 빈증성 의료 클러스터에 호찌민시 암 전문 병원의 빈증 분원을 건설하는 계획도 함께 등록됐다. 메콩 델타를 연결하는 남부 광역 암 치료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④  한국 기업에게 어떤 기회가 있는가

베트남 암 치료 인프라 투자는 한국 기업들에게 세 가지 방향의 기회를 만든다. 첫째, 의료 장비 공급이다. 선형가속기·자기공명영상·전산화단층촬영 분야에서 삼성메디슨·인피니트헬스케어 같은 기업들이 공급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둘째, 방사성 의약품 공급망이다. 사이클로트론이 생산하는 방사성 의약품의 품질 관리·유통 기술이 필요하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의 기술 협력 기회가 있다. 셋째, 암 조기 검진 솔루션이다. 베트남이 암 조기 발견 인프라를 확충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 기반 영상 판독·디지털 병리 기술 수요가 생긴다.

 

★  편집부 평가

새벽 4시부터 22시간을 쉬지 않고 돌아가는 방사선 치료기는 베트남 공공 의료의 한계와 동시에 수요의 크기를 보여준다. 5조 동 투자는 이 한계를 넘기 위한 출발이다. 양성자 치료 센터와 사이클로트론이 완성되면 호찌민시는 동남아시아에서 싱가포르·방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암 치료 허브가 될 조건을 갖추게 된다. 의료 관광 기사에서 살펴본 베트남 의료 관광 성장과 이번 인프라 투자가 맞물리면 10년 뒤 호찌민시의 의료 지형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출처: GLOBOCAN 2022 IARC Official Fact Sheet Vietnam "177,404 new cases 111,015 deaths breast lung colorectum liver stomach" (gco.iarc.who.int) · SGGP "Ho Chi Minh City invests VND5T 5 projects cyclotron VND587B proton 2.7ha campus 2 equipment" (2026.10.02) · DanTri "HCM City plans VND5T five cancer care projects $190M" (2026.10.03) · SGGP "HCMC Oncology Hospital 880,000 patients/yr LINAC 4am–2am 1,250-1,500 RT/day" · VietnamNews "50-80% diagnosed stage 3-4 Dr Diep Bao Tuan deputy director" · ASCO Global Oncology "82 LINACs 0.82/1M HCMC 13 K Hospital 7 30-40% demand met 4am–2am" (2024.10) · Vietnam.vn "Tam Anh MEVION S250-FIT proton VND2T Asia 1st world 9th 10 Tesla superconducting" (2026) · Vietnam National Cancer Hospital K "2,400 beds 400,000 treatments 32,000 surgeries 39,000 chemo 16,000 RT annual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