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람들은 라면을 아침으로도 먹고 점심으로도 먹고 저녁으로도 먹는다.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WINA) 2024년 공식 집계에 따르면 베트남이 한 해 81억3,700만 개를 소비했다. 1인당 81개로 세계에서 가장 자주 라면을 먹는 나라다. 4일에 한 번꼴이다. 한국이 79개로 2위다. 베트남이 2021년 한국을 추월한 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라면 공화국에 2014년 유튜브에서 시작된 도전 영상 하나가 불을 질렀다. "파이어 누들 챌린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틱톡을 타고 베트남 젊은이들의 식탁으로 들어왔다. 왜 이미 라면을 가장 많이 먹는 나라에서 한국 라면이 터졌는가.

①  세계에서 라면을 가장 자주 먹는 나라 - 베트남 시장 지형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 집계에 따르면 베트남은 2024년 기준 중국·홍콩(438억 개)·인도네시아(147억 개)·인도(83억 개)에 이어 세계 4위 소비국이다. 2021년 85억5,700만 개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81억2,700만 개로 소폭 줄었다가 2024년 81억3,700만 개로 회복세를 보였다. 2025년 수치는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가 2026년 10월 13일 수정 발표한 기준으로 74억5,600만 개다. 총량 기준 세계 4위이지만 1인당 소비는 여전히 세계 1위다.

베트남 라면 시장은 약 50개 기업이 경쟁하는 치열한 전장이다. RetailData 기준 에이스쿡(일본계 베트남 법인)이 35.4%로 1위를 지키고 있다. 에이스쿡의 국민 라면 하오하오는 1995년 출시 이래 30년 가까이 베트남 중저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2위는 마산컨슈머(27.9%)다. 마산의 프리미엄 브랜드 오마치는 프리미엄 라면 시장의 45%를 차지하며 대형마트·편의점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매출총이익률이 50% 이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3위 유니벤(12.2%)·4위 아시아푸드(8%)가 뒤를 따른다.

베트남 라면 시장의 특성이 있다. 가격이 약 1만 동(약 500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쌀국수 맛·새우 맛·매운 신맛 조합이 가장 선호된다. 탄력 있는 면발을 좋아해 일본식 부드러운 면이 아닌 쫄깃한 면이 주류다. 베트남 유일의 특성으로 밀 면 대신 쌀 면(쌀국수 라면)을 쓰는 제품도 많다.

 

②  왜 불닭이 베트남에서 터졌는가 - 세 가지 이유

첫째, 베트남 사람들은 원래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베트남 요리는 칠리·레몬그라스·라임을 기본으로 하는 매운맛·신맛·단맛의 복합 구조다. 불닭볶음면이 처음 베트남에 들어왔을 때 "이 정도 매운 맛이면 도전해볼 만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불닭의 강렬한 매운맛이 자극적인 도전 거리로 다가왔다. 이미 매운 것에 익숙한 베트남인들이 "이것도 먹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도전했다.

둘째, 틱톡이 결정적이었다. 2014년 유튜브에서 시작된 파이어 누들 챌린지는 유튜브에만 100만 개 이상의 영상이 올라올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틱톡으로 옮겨온 뒤 더 빠르게 퍼졌다. 베트남은 틱톡 사용자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다. 친구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불닭을 먹는 영상·베트남 인플루언서들이 다양한 조리법으로 불닭을 변형하는 영상이 쏟아졌다. "먹어봤냐"는 질문이 또래 사이의 대화 주제가 됐다.

셋째, 한류가 불닭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입혔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불닭을 먹는 장면이 퍼졌다. 한국 드라마·영화에 불닭이 등장하면서 "한국 아이돌이 먹는 라면"이 됐다. 가격이 일반 베트남 라면보다 비싸지만 "한국 제품이니까"라는 프리미엄 인식이 생겼다. 인베스트베트남 분석에 따르면 베트남 소비자들이 건강·안전·감성적으로 중요한 카테고리에서는 프리미엄을 선택하는 "선택적 업그레이드" 현상과도 맞아떨어졌다.

 

③  불닭이 삼양식품을 어떻게 바꿨는가

삼양식품은 2012년 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처음에는 "너무 매워서 못 먹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2014년 유튜브 챌린지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못 먹을 만큼 매운 것"이 오히려 구매 이유가 됐다. 2024년 삼양식품 매출이 약 2조3,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75%다. 2015년에 해외 매출이 전체의 10%였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됐다. 불닭 누적 판매가 2025년 상반기 기준 80억 개에 달한다. 삼양식품 시가총액이 2025년 2월 약 41억5,000만 달러(한화 약 5조5,000억 원)로 올랐다. 2024년 1월 약 12억 달러에서 1년 만에 3배가 됐다.

삼양식품의 전략이 독특하다. "단일 브랜드 집중"이다. 불닭 하나에 모든 것을 건다. 오리지널·까르보나라·짜장·치즈·핵불닭·3배 매운맛 등 불닭 라인 안에서 다양한 맛으로 확장하되 브랜드는 불닭 하나로 유지한다. 2026년 4월에는 불닭 스위시(Swicy·달콤하고 매운) 라인을 새로 출시했다.

 

④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 프리미엄과 건강 사이

베트남 라면 시장은 두 방향으로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한쪽에서는 프리미엄화가 진행된다. 오마치·불닭 같은 프리미엄 제품이 가격이 높아도 팔린다. 마산의 프리미엄 소비 성장이 이를 뒷받침한다. 다른 쪽에서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26년 1월 시행된 베트남 특별소비세법이 설탕 음료에 세금을 부과했다. 나트륨·인공 첨가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면서 "건강한 라면"을 원하는 수요가 생기고 있다. 한국 라면 브랜드들에게 남은 과제는 하나다. 불닭의 챌린지 열풍이 식었을 때도 소비자가 계속 사는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  편집부 평가

4일에 한 번 라면을 먹는 나라에서 라면 하나가 더 터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에이스쿡 하오하오는 30년을 버텼고 마산 오마치는 프리미엄을 만들었다. 불닭은 맛이 아니라 문화로 들어갔다. 도전·한류·틱톡이라는 세 가지 엔진이 돌아가는 동안 불닭은 팔렸다. 지금도 팔리고 있다. 그리고 이 방정식은 라면을 넘어 베트남에서 한국 식품 전반이 어떻게 자리잡을 수 있는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출처: WINA "Demand Rankings 2021-2025: Vietnam 8,557/8,480/8,127/8,137/7,456M servings 4th global "·WINA Global Top 15 "2024 China/HK 43.8B Indonesia 14.7B India 8.3B Vietnam 8.14B Japan 5.9B" (updated 2026.10.13) · VOV "Vietnam 8.231B 2025 4th global 80-81 packs per capita 1st" (2026.09) · VnExpress "81 packs per person 2024 world 1st South Korea 2nd 79" · RetailData/VietnamCredit "Acecook 35.4% Masan 27.9% Uniben 12.2% Asia Food 8%" · Kenno/NIQ "Omachi double-digit growth 50%+ gross margin premium 45% high-end" · Wikipedia Samyang Foods "revenue doubled 2022-2025 approx USD1.5B 2025 Buldak viral Fire Noodle Challenge" · Wikipedia Buldak Ramen "8B cumulative H1 2025 80% overseas 100+ countries 2012 launch" · ByteBridge/KoreaInvestInsights "2024 overseas 75% revenue USD1.73T KRW +45% YoY market cap USD4.15B Feb2025 Gen Z SEA Vietnam Indonesia Philippines high-growth" · Gostar VN "swicy trend Vietnam spicy flavor profile familiar 2026 clean lab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