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베트남 백화점 패션 코너는 자라·H&M·유니클로 차지였다. 베트남 젊은이들은 "국산은 촌스럽다"고 했다. 2026년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베트남 디지털 마케팅 조사 기관 DPS미디어가 발표한 2026년 패션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처음으로 로컬 브랜드가 베트남 패션 시장의 45%를 차지해 자라·H&M·유니클로 같은 국제 패션 브랜드를 앞질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티코인스(DirtyCoins)·레벤츠(Levents)·팬시클럽(FANCi Club) 같은 이름들이 Z세대 사이에서 자라보다 더 "힙"한 브랜드로 자리를 잡고 있다. 베트남 패션이 왜,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 시장 규모 참고 - 기관별 차이가 크다  DPS미디어는 수출 포함 전체 패션 규모를 약 105억 달러로 집계한다. 국내 소매만 따지면 기준에 따라 스타티스타 전자상거래 기준 31억 달러, 켄리서치 의류 소매 기준 약 53억 달러로 다르다. 로컬 브랜드 45% 점유율도 DPS미디어 단일 출처 분석으로 공식 통계 기관 수치가 아님을 감안해야 한다. 유로모니터 2025년 보고서는 단일 브랜드 기준으로 유니클로 6%·H&M 2%로 집계한다.

 

①  왜 갑자기 달라졌나 - 세 가지 이유

첫 번째는 틱톡숍의 등장이다. 틱톡이 베트남에서 생방송 쇼핑 플랫폼이 되면서 패션 시장 판이 완전히 바뀌었다. 자라·유니클로 같은 국제 브랜드는 백화점·쇼핑몰 입점에 익숙했다. 그런데 틱톡에서는 팔로워 10만 명짜리 인플루언서가 생방송 중에 직접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판다. 생방송이 끝나기 전에 수천 벌이 팔린다. 이 속도에 국제 브랜드는 따라가기 어렵다. 로컬 브랜드는 오히려 이 환경에서 자랐다.

두 번째는 속도다. DPS미디어 분석에 따르면 베트남 로컬 패션 브랜드들은 아이디어를 잡은 뒤 약 14일 안에 제품을 매장에 내놓는 것으로 파악된다. 자라나 H&M이 베트남에 상품을 들여오는 데 걸리는 30~45일의 절반 수준이다. 틱톡에서 어떤 스타일이 뜨면 2주 안에 그 스타일의 제품이 나오는 셈이다. 소비자가 트렌드를 원할 때 바로 살 수 있다.

세 번째는 규제다. 베트남 정부가 2026년 1월부터 국경 간 전자상거래 수입품에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해외 직구로 들어오는 자라·쉬인 같은 제품들이 더 비싸졌다. 반대로 베트남 안에서 만든 로컬 브랜드 제품은 이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규제가 의도치 않게 로컬 브랜드를 보호하는 효과를 냈다.

 

②  이름을 기억할 만한 베트남 로컬 패션 브랜드들

더티코인스(DirtyCoins)와 레벤츠(Levents)는 베트남 스트리트웨어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다. 두 브랜드 모두 소규모로 출발했다가 이제는 체계적인 디자인팀과 기획 과정을 갖춘 패션 하우스로 진화했다. 틱톡 생방송에서 신상품이 나오는 날 수분 안에 매진되는 일이 반복된다. 엘서울(LSeoul)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한국 패션에서 영향을 받은 브랜드다. K팝·K드라마를 통해 한국 스타일에 익숙해진 베트남 Z세대를 겨냥해 세미포멀·스트리트웨어를 섞은 옷을 만든다.

팬시클럽(FANCi Club)과 블랭크스페이스(Blanke Space)는 여성복 분야에서 "조용한 사치(Quiet Luxury)" 트렌드를 이끈다. 화려한 로고 대신 좋은 소재와 깔끔한 실루엣으로 승부한다. 오래된 브랜드 중에는 카니파(Canifa)가 96개 이상의 매장으로 합리적인 가격의 패션 브랜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티스(Bitis)는 신발 브랜드로 출발했다가 지금은 운동화·샌들·가방까지 영역을 넓혔으며 "베트남의 나이키"를 꿈꾼다.

 

③  자라·유니클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유로모니터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단일 브랜드 기준으로 유니클로가 베트남 의류·신발 전문점 시장의 6%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H&M이 2%로 그 뒤를 잇는다. 유니클로는 베트남 시장에서 축소하지 않고 전략을 바꾸는 방향을 택했다. 매주 프로모션과 매장 행사를 늘려 고객이 매장을 더 자주 찾도록 한다. 기본 라인(에어리즘·히트텍·베이직)에 집중하고 지속 가능한 소재를 강조한다. 틱톡에 직접 진출해 생방송 판매도 시작했다. 자라는 베트남에서 여전히 하노이·호찌민 두 매장을 운영하는 제한된 방식을 유지하면서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④  한국 패션 브랜드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베트남 Z세대가 자라보다 로컬 브랜드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가 "나다운 것·베트남다운 것"이라면 한국 패션 브랜드에게도 기회가 있다. K팝·K드라마로 한국 스타일이 베트남에서 이미 강한 브랜드 자산이다. 엘서울처럼 한국 스타일을 직접 내세우는 베트남 로컬 브랜드가 성공하는 것은 한국 패션이 베트남 소비자에게 매력적이라는 증거다. 한국 패션 기업들이 틱톡숍·쇼피 생방송 채널을 통해 직접 베트남 소비자와 연결된다면 백화점 입점 비용 없이 시장을 파고들 수 있다.

 

★  편집부 평가

"베트남산"이 촌스럽다는 말이 사라지고 있다. 공식 통계로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틱톡숍의 폭발·로컬 브랜드의 속도·관세 규제라는 세 가지 변화가 맞물리며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베트남 Z세대의 소비 정체성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국산을 선택하는 것이 "트렌디한 것"이 된 나라에서 외국 브랜드가 살아남으려면 더 빠르고 더 현지화해야 한다.


출처: DPS Media "Vietnam Fashion Market 2026: Local Brands 45% market share first time surpass Zara H&M Uniqlo speed-to-market ~14 days TikTok Shop" · DPS Media "Vietnam Fashion Industry Revenue Report 2026: total $10.5B export incl. branded retail $3.5B" · Euromonitor "Apparel Footwear Specialists Vietnam 2025: Uniqlo 6% H&M 2%" · Statista "Vietnam Fashion eCommerce 2026: $3.10B" · Expert Market Research "Vietnam Clothing Market 2025: $5.26B CAGR 12.8%" · Vietnam Briefing "Cross-Border E-Commerce Tax 15% January 2026" · Chus.vn "Gen Z local brand preference Vietnam 2026" · VnExpress "Canifa 96 stores leading affordable fash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