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베트남 남성에게 "스킨케어 루틴이 있냐"고 물으면 비웃음이 돌아왔다. 지금은 다르다. 호찌민시 남성 직장인의 아침이 달라졌다. 세안제로 씻고 토너를 바르고 자외선 차단제를 마무리로 바른다. 틱톡에서 남성 뷰티 콘텐츠를 보다가 제품을 샀다. 친구가 먼저 써보고 추천했다. 켄리서치에 따르면 베트남 남성 그루밍 시장이 2026년 약 2억 달러(한화 약 2,674억 원)에 달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고 흥미롭다.

①  첫 번째 이유 - K뷰티가 문을 열었다

베트남 남성이 스킨케어를 시작하게 된 첫 번째 촉매는 한류다. K팝 아이돌과 한국 드라마 남자 주인공들의 피부가 너무 좋았다. 유리처럼 투명하고 매끄러운 피부를 베트남 남성들이 처음으로 "남자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게 됐다. BTS·엑소·세븐틴의 멤버들이 스킨케어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남성 뷰티 브랜드 광고에 나왔다. "한국 남자들은 저렇게 하는구나"가 "나도 해볼까"로 이어졌다. IMARC 보고서는 베트남 남성 그루밍 시장 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한국 뷰티 트렌드의 인기 상승"을 명시적으로 꼽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진입 장벽이 낮았다는 것이다. 한국 남성 스킨케어 제품들이 "남자 전용"이라는 단순한 포장으로 출시됐다. 세안제·토너·로션 세 가지를 하나로 묶은 간단한 세트였다. "이것만 쓰면 된다"는 메시지가 처음 시작하는 남성들에게 진입 장벽을 낮췄다. 라네즈·이니스프리·더페이스샵이 베트남에서 남성 라인을 강화한 것도 이 시점이었다.

 

②  두 번째 이유 - 틱톡이 "남자가 스킨케어 하면 이상하다"는 편견을 깼다

켄리서치에 따르면 베트남 18~34세 남성의 60%가 소셜 미디어에서 그루밍 콘텐츠를 소비한다. 틱톡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베트남 남성 뷰티 인플루언서들이 "남자도 피부 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조회수 수백만을 기록하는 콘텐츠들이 쌓였다. 유로모니터는 2025년 베트남 남성 그루밍 보고서에서 "쇼피·틱톡샵이 소비자 접점과 제품 발견의 핵심 채널이 됐다"고 명시했다. 전과 후 비교 사진·실제 사용 영상·피부 변화 기록이 논리보다 강했다.

세계적으로도 같은 현상이 확인된다. 2026년 세계 남성 피부 관리 통계에 따르면 Z세대 남성의 68%가 페이셜 스킨케어를 사용하며 이는 X세대(38%)보다 62% 더 높은 수치다. 소셜 미디어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세대가 그루밍을 가장 빠르게 채택한다는 사실이 베트남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③  세 번째 이유 - "피부 좋은 남자가 취업도 잘 된다"는 현실

베트남 남성들이 그루밍에 투자하는 세 번째 이유는 아주 현실적이다. 유로모니터 보고서는 "남성성에 대한 진화하는 인식이 시장을 형성하고 판매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화상 회의가 늘면서 화면에 비치는 피부 상태가 눈에 띄게 됐다. 고객 미팅·발표·면접에서 깔끔한 외모가 자신감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생겼다. 베트남 MZ세대 남성들이 피부 관리를 "여성스러운 것"이 아니라 "자기 관리·자기 투자"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시장 구조를 보면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스크리브드(유로모니터) 분석에 따르면 베트남 남성 그루밍 시장 1위 브랜드가 외국계가 아니라 현지 기업 인터내셔널컨슈머프로덕츠의 엑스멘(X-Men) 브랜드로 21%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베트남 남성들이 스킨케어를 처음 시작할 때 익숙한 현지 브랜드를 먼저 집었다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가 외국 브랜드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스트래티지헬릭스에 따르면 이 시장이 2026년부터 2031년까지 연평균 7.2%로 성장해 4억580만 달러(한화 약 5,425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유로모니터도 2027년까지 8조5,000억 동(한화 약 4,328억 원)을 전망한다.

 

④  한국 브랜드에게 어떤 기회가 있는가

한국 남성 뷰티 브랜드들이 이미 이 시장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 K뷰티가 진입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진입 전략에서 주의할 점이 있다. 첫째, "남성 전용"이라는 단순한 포장과 메시지가 중요하다. 베트남 남성 입문자들은 복잡한 루틴보다 간단한 시작점을 원한다. 둘째, 틱톡 채널이 필수다. 18~34세 남성 60%가 소셜 미디어에서 그루밍 정보를 얻는 환경에서 틱톡·쇼피 없이는 존재감을 갖기 어렵다. 셋째, 현지 브랜드 엑스멘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아직 외국 브랜드가 시장 대부분을 열어두고 있다는 신호다. 프리미엄 포지셔닝·차별화된 성분·한국산 신뢰도가 진입 무기가 된다.

 

★  편집부 평가

10년 전 베트남 남자들이 세안제를 샀다면 놀림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틱톡에 올린다. K뷰티가 문을 열고 소셜 미디어가 편견을 깨고 취업·자기 관리 의식이 수요를 만들었다. 현지 브랜드 엑스멘이 21%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나머지 79%는 아직 누가 차지할지 결정되지 않았다. 한국 브랜드가 K뷰티 덕분에 이미 문 앞에 서 있다.


출처: Ken Research "Vietnam Male Grooming Market USD200M 2026 18-34 60% social media skincare haircare fragrance" · Euromonitor "Men's Grooming Vietnam 2025: VND6.4T sales +6% Shopee TikTok Shop X-Men ICP 21% share market leader evolving masculinity" (2026.05) · Scribd/Euromonitor "2022 VND5.3T +5% fragrance strongest ICP 21% forecast VND8.5T 2027 CAGR ~10%" · StrategyHelix "Vietnam Men's Grooming 2026-2031: USD98.5M net growth CAGR 7.2% USD405.8M 2031" (2026.09) · IMARC "Vietnam Cosmetics USD1.8B 2025 male grooming +18% YoY K-beauty Korean beauty trends key driver" · MarkNtel "Vietnam Cosmetics USD2.5B 2024 men's cosmetics USD30M 2022 1.3% CAGR 9.1%" · Striveskin "Men's Skincare 2026: Gen Z 68% facial skincare Gen X 38% 62% more likely social media masculinity norms"